위대한 문자 한글
- 세계 정상의 한국 문화유산 (5) -
완벽한 알파벳이란 가망 없는 이상이겠지만,
서구 역사에서 알파벳이 밞아온 궤적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은 가능하다.
어느 알파벳보다도 완벽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
알파벳이 있었기 때문이다.
15세기 중반에 한국에서 생겨난 이 문자는
많은 언어학자들로부터 고전적 예술작품으로 평가된다.
단순하고 효율적이고 세련된 이 알파벳은
가히 알파벳의 완벽한 전형이자
알파벳 중의 별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인들에게 국보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은 그것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 John Man (영국 작가),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중에서
오늘날 지구상에는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언어까지 합해
약 6000여 종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언어 가운데
말뿐만 아니라 문자까지 갖춘 언어는
100여 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100여 개의 문자 가운데
제작자와 제작 동기, 제작 원리가
완벽하게 논증되어 있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중국의 한자는 물론, 서구의 알파벳도
상형 문자에 출발해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서서히 개량된 것인 데 반하여
한글은 세종대왕이라는 한 개인에 의해
단기간에 발명된 문자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문자를 갖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민족들은
로마문자(Roman alphabet)를 빌려서 사용한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과 같은 유럽어가 그렇고,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터키어는 물론
스와힐리어, 하우서어 등 주요 아프리카 언어들과
심지어 베트남어도 로마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사물을 본 떠 만든 상형문자에서 개량된 것도 아니고
다른 문자를 모방하거나 변형한 글자도 아닌
한국 고유의 독창적인 문자이다.
한글은 언어학적 지식과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과학적인 글자 체계이고
거기에다 실용성과 편리성,
미적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다.
한글의 기본 자음은
그 소리를 내는 음성 기관의 모양을 본 떠 만들어졌고
나머지 자음은 여기에 획을 더하거나 변형하여 만들어졌다
어금닛소리(연구개음) ㄱ 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뜬 것이요,
혓소리(치조음) ㄴ 은 혀가 위 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뜬 것이요,
입술소리(순음) ㅁ 은 입 모양을 본뜬 것이요,
잇소리(치음) ㅅ 은 이의 모양을 본뜬 것이요,
목구멍소리(후음) ㅇ 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한글 모음의 경우는
동양 철학의 세 가지 기본적인 상징을 조합해서 만들어졌다.
ㆍ 은 하늘의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요,
ㅡ 은 땅의 평평한 모양을 본뜬 것이요,
ㅣ 은 사람이 서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 세 기본형이 서로 조합하여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등의 모음을 만든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의 각 글자들이 하나의 음소를 나타내며
음소들이 모여서 음절을 이룬다.
이러한 한글의 제자원리에 감탄한
미국 학자 레저드(G. K. Ledyard)교수는
그의 박사학위논문 「1446년 한국의 언어 개혁」에서
다음과 같이 논했다.
한글의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특징은
시각적인 모양과 시각적인 기능이
치밀하게 대응한다는 점이다.
자음과 모음의 모양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두 갈래 큰 범주 안에서도
세종은 각 글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합리적인 글자는 세상에 다시없다.
이와 같은 모양-기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낸 것과
그 생각을 실현해 낸 방식에 대해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문자의 길고 다양한 역사 속에서 이와 같은 글은 없다.
글자를 종류별로 분리해
체계적 모양으로 만든 것만으로도 그러한데,
더구나 그 모양들이
소리와 연관된 발성기관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니,
이것은 비할 데 없는 언어학적 호사의 극치다.
문자체계의 진화는 대체로
그림글자(상형문자)에서 시작해
그것의 추상적 변형인 뜻글자(표의문자)를 거쳐
음절문자, 음소문자로 나아가는 경로를 밟아왔다.
음절문자와 음소문자를 아울러 소리글자(표음문자)라 이른다.
고대 이집트 문자나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는
그 추상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림문자로 뭉뚱그릴 수 있고,
갑골문자에 바탕을 둔 한자는 전형적인 뜻글자이며,
한자의 초서체에서 나온 일본의 히라가나와
이를 다듬은 가타카나는 음절문자다.
그리고 현대에 가장 널리 쓰이는 문자체계인
로마문자(라틴문자)와 키릴문자,
그리고 그것의 어버이격인 그리스문자는 음소문자다.
흔히 한글은 로마문자나 키릴문자 같이
음소문자로 알고 있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한글은 음소글자의 단계를 한 번 더 넘은
특이한 소리글자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다.
즉 한글은 자음 전체가 저마다 음소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 음소의 음성학적인 특성,
곧 ‘음소자질’까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글의 모음을 살펴보면,
‘ㅏ’와 ‘ㅗ’는
그 짧은 금이 긴 금의 밖과 위에 붙어있음으로써
밝고 작은 느낌을 주는 소리(양모음)임을 나타내고 있고,
‘ㅓ’와 ‘ㅜ’는
그 짧은 금이 긴 금의 안과 아래에 붙어 있어
이 두 글자의 소리가
어둡고 큰 느낌을 주는 소리(음모음)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학자 겔브(Ignace Gelb)는
그의 저서 『문자 연구』에서 문자의 역사를 논하면서
상형문자가 음절문자로 바뀌는데 1400년이 걸리고,
음절문자가 음소문자로 바뀌는데 800년이 걸렸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인류문명이 2200년에 걸려 도달한
음소문자의 수준을 한층 더 넘은
‘자질문자’로 단숨에 뛰어올랐으니,
한글은 단연코 세계 문자 역사의 눈부신 돌연변이라 할 것이다.
나라 말씀이 중국에 달라 글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할 새,
이런 까닭으로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함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사람이 많은지라
내 이를 위하여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서문 (1446)
모든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기려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위원회는
1989년부터 매년 문맹 퇴치에 크게 기여한 단체에
“유네스코 세종대왕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과
2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글이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공식 문자로 채택되면서,
한글은 이제 말은 있으나 글이 없는 많은 소수 민족들을 위한
세계인의 문자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 철학성과 실용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의 우수성보다 더 위대한 것이
바로 한글에 담긴 세종대왕의 마음이 아닐까.
모든 이들이 글을 쉽게 배우고 익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던
세종의 고귀한 정신과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한국의 큰 자랑 거리요,
세계와 함께 나눌 소중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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